본문 바로가기

섬김

[성탄예화] 구두수선공 빠노프의 선행

러시아의 위대한 작가 톨스토이의 동화 가운데 <빠파 빠노프>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빠노프는 구두수선공이었는데, 아내는 일찍 여의고, 자녀는 큰 도시로 떠났기에 늘 혼자 지냈습니다. 그러나 그는 주변에 좋은 이웃이 있어 크게 외롭지는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웃은 그를 늘 <빠파>라고 불렀는데, 이것은 러시아 말로 <아빠>입니다.

 

하지만 성탄 시즌이 되면 빠노프 할아버지는 외로웠습니다. 성탄 때는 가족이 모이기 때문입니다. 빠노프는 항상 외톨이였습니다.

 

이제 내일이면 성탄절입니다. 해마다 성탄 때가 되면 빠노프 할아버지는 성탄에 관한 성경 말씀을 읽었는데, 그해도 예수님의 탄생에 관한 얘기를 읽었습니다. 빈 방이 없어 말구유에 나신 아기 예수가 너무 안타까워 ‘내게 오셨으면 내 침대를 내드릴텐데.’ 하고 생각했습니다. 빠노프 할아버지는 커피를 마시며 이번에는 동방박사 얘기를 읽었습니다. 이 대목을 읽으며 빠노프 할아버지의 표정은 난감해집니다. ‘나는 뭘 드리지? 난 드릴 게 없는데.’ 그러다 생각난 선물이 생각났습니다. 할아버지는 선반에서 통 하나를 내려 가죽 구두 한 켤레를 꺼냈습니다. 구두수선을 하고 남은 자투리 가죽으로 만든 아주 작은 구두입니다. 할아버지는 성경을 읽다 말고 깜빡 잠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가 자기를 불렀습니다. ‘빠노프야 빠노프야.’ 깜짝 놀라 주위를 둘러보니 아무도 없습니다. 그런데 그 목소리는 계속 이어집니다. ‘내가 내일 네 집을 방문하겠다.’ 잠에서 깬 할아버지는 ‘틀림없이 예수님이야’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른 아침에 일어난 할아버지는 집을 청소하고 밖을 내다보며 예수님이 오시길 기다렸습니다. 거리에는 아무도 오가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드디어 인기척이 납니다. 나이 많은 청소부 한 분이 빗자루를 실은 수레를 끌고 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청소부가 너무 불쌍해 보였습니다. 성탄절 아침인데도 청소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할아버지는 그 청소부를 불러 ‘집에 들어와 커피나 한 잔 하고 가라’고 했습니다. 난로 앞에 앉아 청소부는 ‘최고의 성탄 선물이라’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빠노프 할아버지는 계속 예수님을 기다렸습니다. 한 젊은 부인이 누더기 옷을 입고 아기를 엷은 수건에 감싸 안고 거의 휘청거리듯 걷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지체없이 창을 열고 그 부인을 불러들였습니다. 그 여인은 할아버지의 친절에 고마워하며 집세 낼 돈이 떨어져 이곳에서 가까운 곳에 사는 사촌을 찾아가는 길이라고 했습니다. 빠노프 할아버지는 선반에 올려둔 작은 가죽 신발을 꺼내 아기에게 성탄 선물로 건넸습니다.

 

빠노프 할아버지는 계속 기다렸습니다. 그러다 어느덧 해가 졌습니다. 실망한 채 할아버지는 의자에 털썩 앉았습니다. 

그런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빠노프야 나는 오늘 너를 만나 커피도 마시고, 소중한 선물도 받았다.’ ‘아! 주님, 늙은 청소부의 모습으로, 헐벗은 여인과 볼이 발갛게 언 아기의 모습으로 저를 만나고 가셨군요.’ 빠노프는 자리에 엎드려 자신을 찾아주신 주님께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빠노프는 그해 성탄절이 최고로 아름답고 복된 성탄절이었습니다. 

 

여러분, 주님은 올해도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찾아오실지 모릅니다. 배고픈 사람, 목마른 사람으로 찾아오실 수도 있고, 나그네, 헐벗은 사람, 옥에 갇힌 사람, 병든 사람으로 찾아오실 수 있습니다. 어떤 모습으로 찾아오시든지 문전박대하지 않고, 첫 성탄 때처럼 외양간으로 내몰지 않고, 빠노프처럼 기꺼이 내 안에 모시는 복이 있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