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의 단편선 중에 들어 있는 <두 노인>의 줄거리를 짧게 요약하자면 이렇다.
두 노인이 예루살렘으로 성지순례를 떠난다.
두 노인 중 한 분은 술담배도 하지 않고 태어나서 나쁜 말 한 번 해본 적 없는 엄격하고 야무진 예핌이라는 부자노인이고, 또 한 분은 술도 좋아하고, 늘 끊어야지 끊어야지 하고 벼르면서도 코담배를 끊지 못하는 유쾌하고 착한 성품의 예리세이라는 노인이다.
“영혼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네.
그 어느 것보다 영혼의 일이 먼저 질서가 잡혀야 편치 않겠나?”
그들은 자신들의 영혼을 위해 성지순례를 하자고 약속했다.
두 노인은 여행경비로 100루블씩을 마련했다.
부자인 예핌 노인이야 돈을 마련하느라 힘들 게 없었지만,
예리세이 노인은 아내와 자식들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마련한 돈이었다.
드디어 성지순례를 떠나고 5주일이 지난 어느 더운 날 오후,
예리세이 노인은 목이 말라서 물을 마시러 한 농가로 갔다가
그곳에서 전염병과 굶주림으로 일가족이 죽어가는 것을 보게 된다.
바싹 여읜 남편은 더 이상 움직일 힘이 없는 지경으로 해가 쨍쨍 내리쬐는
담장 아래 누워 있었고, 아내는 페치카 옆에서 신음하고 있었으며,
아이들은 빵을 달라고 힘없이 울어대고 있었다. 그나마 성한 사람은
할머니뿐이었는데, 나이가 많아서 어떻게 해볼 엄두도 못 내고 있었다.
예리세이 노인은 부랴부랴 우물을 찾아 그 가족에게 물을 떠다 주고
위장이 약해진 그들에게 빵을 조금씩 찢어서 먹여주었다. 그리고 가게에서
음식을 사오고, 페치카에도 불을 지펴주고, 저녁 때는 수프도 만들어 먹였다.
앞서 간 예핌 노인이 기다릴 것을 생각하니 신경이 쓰였지만,
그렇다고 죽어가는 그 집 가족들을 그냥 두고 갈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그들을 돌보는 사이에 사흘이 훌쩍 지나고, 간신히 움직일 만큼
기운을 차린 농부는 예리세이 노인에게 자기 집의 절망스러운 형편을 털어놓는다.
그 이야기를 들은 예리세이 노인은 저당잡힌 땅을 그 가족에게 찾아 돌려주고,
젖소와 짐수레와 밀가루도 사주었다.
그러고 나니 여비를 다 써버려서 남은 돈이 채 20루블도 안 됐다.
별수없이 그는 성지순례를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왜 돌아왔는지 궁금해하는 가족들에게
“길이 어긋나서 예핌도 놓쳐버리고 돈도 모두 잃어버렸다.
순전히 내 탓이니 걱정하지 말거라“라고 말한다.
한편 예핌 노인은 예리세이 노인이 뒤따라오지 않는 것이 걱정스러워
연방 뒤를 돌아보면서도 예루살렘에 도착해 순례자들과 함께
마리아가 머물렀던 방에 가서 기도도 드리고 야곱의 교회도 둘러보았다.
그러던 중 성당 구석에서 기도를 드리다가 문득 고개를 드니 예리세이 노인이
머리에 후광을 받으며 제단 앞에 팔을 벌리고 서 있는 게 아닌가.
깜짝 놀라 사람들을 헤치고 달려가봤지만 그새 어디론가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다음날도 예핌 노인은 예리세이가 제단 아래에서 빛을 받으며
서 있는 것을 보고 뛰어가봤지만 이번에도 사라져 버리고 없었다.
어쨌든 예핌 노인은 예루살렘에서 6주를 머무르면서 가져간 돈을 다 쓰고
집을 향해 가던 중 밝고 유쾌한 분위기가 감도는 집에서 식사를 대접받게 된다.
그 집이 바로 예리세이 노인이 나흘 동안 머무르면서 도움을 주었던 그 가족들 집이었다.
예핌 노인은 그 가족들에게서 예리세이 노인이 그들에게 베풀어준 일들을 듣고
예루살렘에 가서 신에게 기도를 올린 자신보다 예리세이 노인이 더 신의 말씀을
따르는 데 충실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예루살렘에서 후광을 받으며 서 있던 예리세이 노인의 모습은
절대로 잘못 본 게 아니었던 것이다.
집으로 돌아온 예핌 노인은 잘 다녀왔느냐면 반갑게 자신을 맞는
예리세이 노인에게 이렇게 말한다.
“몸만 갔다 왔지. 돌아오다가 자네가 물 마시러 들어갔던 그 집에 들러
자네 얘길 들었네. 자네는 몸은 안 갔지만 영혼은 예루살렘까지 갔다왔더군.”
톨스토이는 이 짧은 단편을 통해 그 어느 말보다 강렬한 메시지를 보낸다.
“영혼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네.
그 어느 것보다 영혼의 일이 먼저 질서가 잡혀야 편치 않겠나?”
“몸만 갔다 왔지. 돌아오다가 자네가 물 마시러 들어갔던 그 집에 들러
자네 얘길 들었네. 자네는 몸은 안 갔지만 영혼은 예루살렘까지 갔다왔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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