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자리
태수가 학교에서 울면서 집에 왔다. 깜짝 놀래서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선생님에게 전화를 해 달라는 것이다.
"태수야! 무슨 일이 있었는데 선생님에게 전화를 해?"
"오늘 시험을 봤는데요..."
책가방 속에서 꾸깃꾸깃해진 시험지를 하나 꺼내더니 책상에 올려 놓는다. 채점이 된 시험지를 보니 한 문제가 틀려 있다. 그 틀린 문제 때문에 선생님께 전화를 해 달라는 것이다.
"아빠! 그 답이 맞았는데요. 선생님이 자꾸만 틀렸대요. 선생님께 전화를 해서 이 답이 맞다고 해주세요."
"그래! 어디보자."
무슨 문제길래 태수가 이렇게 고집을 피우나 하고 문제를 자세히 들여다 본다. 문제는 `우리를 낳아 주시고 길러 주신 분이 누구십니까?'인데 답을 쓰는 난에는 네모가 두 칸이 있는 것이다.
태수는 두 칸에 `엄마'라고 쓴 것이다. 그리고 태수가 덧붙이는 말은 답을 쓰는 칸이 세 칸이라면 `어머니'라고 쓰려고 했는데 두 칸 밖에 없어서 `엄마'라고 썼다며 `어머니'하고 `엄마'하고 같은 말인데 왜 답이 틀렸냐는 것이다.
그러니까 담임 선생님에게 전화를 해서 답을 맞게 해 달라는 것이다. 기가 막혀서 이번에는 영주를 부른다. 영주가 받아온 시험지를 보니 영주는 아예 `어머니'라고 답을 쓰는 칸을 벗어나게 써 놓고 똑같이 틀린 것이다.
영주와 태수를 번갈아 쳐다보고 있으려니 아빠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도대체 가정 교육에 단단히 문제가 생겼다고 단정하고 영주와 태수에게 물어 본다.
"너희들 이 답이 맞았다고 생각하니?"
영주는 긴가민가 하는 마음에 아무 말을 하지 않는데 태수는 제가 쓴 답이 맞다고 생각하는 빛이 역력하다.
"태수야! 이번에도 선생님에게 말했니?"
"..."
그러자 옆에 있는 영주가 대신 말을 한다.
"태수가요. 이거 맞게 해 달라고 교무실까지 갔는데요. 선생님이 가라고 해서 그냥 나왔어요."
"..."
순간 교무실까지 쫓아가서 담임 선생님에게 맞게 해 달라고 떼를 쓰고 있는 태수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아이들에게 부모의 역할에 대해 설명을 해줘야 할 것 같다.
"태수야. 너희들을 낳아 주고 길러 주신 분이 엄마면 아빠는 뭐하지?"
"아빠요?"
"그래. 아빠는 뭐하는 분이지?"
태수가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자신 있다는 듯이 말을 한다.
"아빠는 밖에 나가서 돈 벌어 오시잖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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