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초대교회 '장로교인 언약'(1940년)이란 무엇인가?
만주의 하얼빈, 봉천(심양), 안동에서도 신사참배 거부운동이 일어났다. 김윤섭(하얼빈), 박의흠(봉천), 박인지(문순), 김경락, 최용삼, 계성수, 김성심(이상 안동) 등이 반대운동의 지도자들이었다. 장로회 총회가 신사참배 시행을 결의하자(1938) 봉천노회는 총회 결의를 따르지 않는 한부선 선교사를 제명 처분했다. 선교활동도 금했을 뿐 아니라 교인들과 접촉하는 것까지도 금지 시켰다. 노회에 복종하지 않는 전도사들에게까지 여러 면에서 제재를 가하였다.
그러나 한부선 선교사는 만주 지역의 몇몇 교회와 평소에 자기의 신앙노선을 따르는 교인들에게 “신사참배는 우상숭배 행위이므로 하나님께서 가장 미워하시는 죄악”이라고 가르쳤다. 약 다섯 그룹의 사람들이 그리고 개인적으로 수다한 사람들이 그의 지도를 받았다. 그들은 조선 예수교장로교회를 신앙적으로 떠난 사람들이었다. 아무리 공교회라 할지라도 성경 도리와 신앙 양심에서 이탈하면 영적 교회라 지칭할 수 없으니, 새로운 활로를 타개하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처사라 할 것이다.
기독교는 여호와 하나님만을 섬기는 유일신(唯一神) 종교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한국의 장로교는 “신사참배는 우상숭배가 아니라 국가의식”이라며, 수용하였다. 그리하여 일반 교인들에게 “하나님도 섬기고, 신사에도 참배하라”고 독려했다. 그것이 계명을 위반하는 죄악이라고 지적해 주어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믿음으로 살려는 성도들은 어떻게 처신해야 하겠는가? 저들에게서 떠나고, 또 저들과 영적 교제를 끊을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었다. 이렇게 함으로써 교회의 거룩성과 신앙의 순수성을 지키려고 했던 것이다.
이리하여 자연발생적으로 만주에 있어서의 수진성도들은 교회를 형성하였고, 또 확대시켜 나갔던 것이다. 이 그룹의 중심에 우뚝 서 있던 분들이 한부선 선교사요, 김윤섭, 박의흠 전도사였던 것이다. 만주지역의 신사참배 거부 운동 교회는 점차적으로 확산하여 23개 교회에 이르렀다. 주일예배에 참여하는 교인 수가 770명에 이르기도 했다.
1941년 1월 신사 불 참배교회에 속한 교인은 세례자가 250명, 입교 인이 117명, 유아 세례교인이 64명이었다고 한부선 선교사는 증언했다. 이들은 거의 대부분이 신사참배를 거부하고, 믿음으로 살 일념으로 고향을 버리고, 새 땅을 찾아 온 평안도와 함경도 출신의 장로교인들이었다. 규모가 커짐에 따라 이들은 스스로를 결속시키는 교회 조직을 만들기 시작했다. 목사나 장로의 수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노회와 같은 합법적인 치리회를 만들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협의회 성격의 공동체를 구성했다. 그것은 선교사, 전도사, 평신도들로 구성된 대회 성격의 신앙공동체였다. 비록 헌법적인 치리회의 권한은 갖지 못했으나, 교회의 본질적인 것에 해당하는 여러 가지 조건을 구비한 참 교회였다.
교회 수가 늘어나고 소속된 교인들이 증가함에 따라 교회 안에도 다양한 문제들이 나타나게 되었다. 즉, 신사참배 거부하는 성도들은 신사참배를 수용하는 기성교회의 회원 자격을 그대로 유지할 것인가? 나는 거부한다 할지라도 다른 사람들의 신사참배를 묵인할 것인가? 자녀들을 신사참배를 행하는 교회에 계속 보내야 하는가? 등등의 문제들이 일어나서 교인들 사이에서도 이견(異見)이 분분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조직과 신앙고백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들은 먼저 성경공부를 했다. 며칠 동안 신사참배의 성격과 본질을 여러 측면에서 분석하고, 토론하면서 성경의 가르침을 결집시켰다.
첫째로 「신사참배가 우상숭배」라는 정의를 내리고, 우상숭배를 금지하는 성경말씀을 찾아 정리했다. 이렇게 해서 완성한 「장로교인 언약」을 만주 지역의 각 교회에 배부하여 열람케 했다. 그리고 이 언약에 신앙적으로 동의하는 교회와 성도들은 성명토록 했다. 이 장로교인 언약을 작성하고, 배부하여 동의를 받는데 있어서 주도적 역할을 담당한 사람은 김윤섭 전도사였다. 연령상으로나, 신앙의 연조로는 박의흠 전도사가 선배였으나, 이 언약서의 초안을 만들고, 한부선 선교사의 자문을 구하고, 또한 신앙동지들의 동의를 구하면서 한 조목, 한 조목씩 완성해 나갔던 것이다. 한부선 선교사는 그를 평하기를 「언약서를 만드는데 가장 크게 기여한 사람」이라 하였다. 」
언약서 작성에 참여한 인사들은 대부분이 시골 출신의 전도사들로 정상적인 신학공부를 한 인물들이 아니었다. 수많은 신학박사들이나 명문대학 출신의 기독교 지식인들이 신앙의 지조를 팔고, 일제의 앞잡이가 되어 날뛸 때, 신앙을 위해 목숨을 건 수진성도들은 자기 땅에서 쫓겨나서 황량한 만주 벌판에서 유리방황하며, 때로는 왜경에게 체포되어 죽음 직전의 고문을 당하면서도 빛나는 「장로교인 신앙고백문」을 남겼다는 것은 한국 장로교의 금자탑이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들은 지금 하늘나라에서 평안히 안식을 누리고 있지만, 그들이 투쟁했던 이 땅에는 아직도 친일파의 쓴 뿌리가 남아있어, 진정한 회개의 열매를 맺지 못하고 있으니 참으로 통탄을 금할 수 없다. 김문제 목사의 증언에 의하면, 이 「장로교인 언약서」는 해방 후 돌아온 한부선 선교사에 의하여 전하여졌으나, 한글로 된 원문(原文)은 찾을 길이 없고, 영어로 번역된 것을 다시 한글로 번역하여 전하여졌다고 하였다.
언약서를 작성하는 과정은 함께 모여 금식기도하면서, 하나님의 도우심을 간구하였다. 그리고 성경공부를 하면서, 근거되는 성경 구절을 하나하나 발취하였다. 언약서가 작성한 뒤에는 동의자의 서명, 날인을 구하였다 함은 앞에서 언급한 바 있다. 이것으로 저들의 작업이 완료된 것이 아니었다. 누구든지 장로교인이라 하면서 이 언약서에 동의하지 않으면 집회도 인도할 수 없었고, 또 세례도 주지 않았다.
장로교인 언약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언약(言約)
서 론
현 한국교회의 형편을 보건대, 배교와 권징의 혼란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우상숭배를 피하고자 하는 신자는 기성 교파와 동참하지 않고 나와야 할 것을 확신하고, 우리는 우리의 신앙을 다음과 같이 선포한다. 우리는 다음 것들이 우리가 피해야 할 우상숭배 죄에 대한 성경적인 교훈으로 믿는다.
1. 신자(信者) (행 11:26, 요 15:8, 요 8:31, 눅 14:26-27).
① 죽은 자를 매장한다(행 8:2, 요 19:40-42).
② 그들을 위해 애곡한다(행 9:39, 요 11:35, 롬 12:13, 행 8:2).
③ 그러나 하나님을 거스르지 않는 정신을 가지고 일을 한다(사 45:9, 롬 9:20).
④ 또는 그의 심판과 우리를 고민케 할 때에 하나님께 대항하여 반문치 않는다(시 119:75, 욥 1:21-22, 렘 10:6).
⑤ 또 소망 없는 자 같이 슬퍼하지도 않는다(살전 4:13, 삼하 12:23).
2. 죽은 사람의 과거 덕행에 불구하고
① 산자는 죽은 자에게 묻지 않는다(삼상 28:3-19, 신 18:11).
② 죽은 자를 찾지도 않는다(사 8:19).
③ 묻기 위하여 불러올리지도 않는다(삼상 28:8-11,13).
④ 또 이런 비슷한 어떤 것에도 묻지 않는다(살전 5:22).
3. 그러나 신인 예수 그리스도는 제외 된다(요 1:1-14. 딤전 2:5, 빌 2:9-11).
① 신자는 어떤 사람이든지 그를 하나님이라고 부를 수 없다(겔 28:2-10, 행 12:22-23).
② 또 하나님께 돌릴 영광을 어떤 사람에게도 돌릴 수 없다(행 14:13-15).
③ 또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도 없다(시 146:3, 사 2:22).
④ 또 하나님께만 있는 생사권(生死權)을 사람에게 돌릴 수 없다(요 19:10-11)
4. 오직 한 하나님만 계시다(고전 8:4-6, 사 44;6)
① 그리고 신자는 다른 신을 둘 수 없다(출 20:3).
② 섬길 수 없고(왕하 17:35, 마 4:10), 하나님과 함께 섬길 수 없고(왕하 17:33-40), 경배할 수 없고(마 4:10), 두려워할 수 없고(왕하 17:35). 교통 할 수 없고(신 18:10-11), 절할 수 없고(왕하 17:35), 기도할 수 없고(사 45:20, 44:11,17), 제사 드릴 수 없고(왕하 17:35, 출 22:20), 위하여 제물이나 제상을 차릴 수 없고(렘 7:18, 19:13, 겔 20:28,30-31, 렘 32:29, 사 65:11), 다른 신을 위해 울 수 없고(겔 8:13-14), 또 하나님이라고 부르는 것 위해서도(고전 8:5), 마귀를 위해서도(고전 8:5) 울 수 없다. 또 어느 우상이라도 선이나 악을 행할 수 있다고 믿을 수 없고(렘 10:3-5), 그를 위해서 이것을 해 달라고 물을 수도 없고(출 32:1,7), 이들을 하라고 명하는 자들에게 순종할 수 없고(신 13:1-3, 6-8, 18:20-22, 행 5:29, 갈 1:8-9, 갈 3:5) 이들의 일에 동참할 수 없고(고전 10:20-21), 이들에게서 피해야 하며(살전 5:22), 또 형제로 하여금 실족케 말 것이다(고전 8:13).
5. 신자는 해나 달이나 별이나 하늘의 천사들을 경배하거나 섬길 수 없고(신 4:19) 목석의 우상에게도(렘 3:9), 그것이 금이나 은이나 녹이나 돌이나, 나무로 만들었거나 우상이나 형상에게도(계 9:20, 겔8:9-10),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진 것에도(사 2:8-9), 또는 피조물 어느 것에도 경배하거나 섬길 수 없다(롬 1:25,32, 계 18:21). 단 사람이 사람에게 절하는 것은 예외이다(창 49:9). 또 이러한 어떤 비슷한 모양에도 경배하거나 섬기지 못한다(살전 5:22).
6. 신자는 하나님 외에 경배하기 위한 전(殿)이나, 높은 곳을 지을 수 없다(렘 32:35). 또 어떤 신당도 갖고 다니지 못한다(암 5:26). 또 이들 장소에서 제사를 드릴 수 없다(왕하 16:3-4, 왕하 17:9-11), 경배할 수도 없고(렘 1:16), 또 어떤 비슷한 모양에도 그렇게 할 수 없다(살전 5:22).
7. 우리는 위에 인용한 여러 성경 구절에 있는 죄를 범한 자들은 불신자 우상숭배 행위로서 하나님께 특히 가증한 것임을 믿는다. 형제라고 불리는 자가 이런 일을 행하거나 가르치거나, 그런 교훈을 믿고 있으면 신자는 먼저 그에게 가서 그의 잘못을 가르쳐주고, 그 형제를 얻고자 노력할 것이나 듣지 않을 때에는 하나 또는 두 증인을 데리고 가서 증거할 것이요, 그래도 듣지 않을 때에는 교회에 말하고 교회의 권면도 듣지 않으면 그 신자는 그와 절교할 것이요(고전 5:13), 나와서 그들과 절교하고 또 이를 행하는 자나 교훈을 믿는 자들을 가르칠 책임이 있다(계 2:14-15, 신 8:4-7).
이렇게 새로 언약에 통합한 우리는 결코 장로교 신조나 그 정치를 부인하는 것이 아니요, 현실 교회가 그 신조와 정치(치리)에서 떠났으므로, 그 총회의 치리 하에 있을 수 없음을 확인하는 바이다. 여기 서명한 우리는 이에 신구약 성경에 계시된 모든 진리와 이를 통해서 말씀하시는 성령을 믿고 받아 드림을 선언하는 바이다.
우리는 이 진리만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참 종교요, 사람에게 구원을 줄 수 있고 또 구원하는 오직 참 종교임을 믿는 바이다. 우리는 웨스트민스터 신경, 대소요리문답을 하나님의 말씀에 근거한 사람이 만든 완전한 것으로 믿는다. 우리는 이들 신조에 나타난 교리를 양심적으로 하나님의 말씀이 가르친 대로요, 우리의 신앙을 표시한 것으로 기쁨으로 받아드리는 바이다. 우리는 여기 우리들이 자진 발기하며, 이들 신조를 하나님의 말씀에 예속된 우리의 특수 집단의 표준으로 동의하는 자들로 동참하기를 바란다.
이로써 우리는 하나님 앞에 그의 도우심으로 이들을 지키고, 전하고 수호하기로 받고 믿고 언약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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