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에서 목회하던 목사님이 그 교회에서 직접 격었던 일입니다.
제가 학교에서 교목으로 있다가 교회로 부임해 가니 그 때부터 교회에 나오게 된 부부가 있었습니다. 부부 다 나이가 사십 정도 되었습니다. 그런데 남자는 한달 전쯤 해서 중풍으로 쓰러져서 반신불수가 된 사람입니다. 집이 부자입니다. 동네서 최부자라고 소문이 난 집입니다. 얼마나 몸이 건강했던지 동네 노인들 농사는 거의 다 짓고 온갖 농사 기계는 다 가지고 있고 학교 운동회 날에는 달리기 선수로 동네 명예를 지킨 젊은이였습니다. 그런데 중풍으로 쓰러졌으니 사람이 무력하게 되고 말았습니다. 돈은 있어서 서울로 대전으로 좋다는 약은 다 써 보고 유명하다는 의사에게 다 보여 보고해도 낫지를 않았습니다.
건강할 때 그렇게 예수 믿으라고 해도 믿지 않더니 몸이 그 모양이 되고 보니 하나님을 믿기로 하고 교회에 등록을 하게 되었습니다. 교회에서는 활기가 돋는 일이었습니다. 그를 위해 열심히 기도해 주고 하나님의 기적의 손길이 함께 하시기를 원했습니다. 날마다 그 집에 가서 예배를 드려주었습니다. 이들 부부도 열심이었습니다. 예배드릴 때 자세가 제대로 갖춰졌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빨아들이듯이 듣습니다. 말씀대로 살려고 시간시간 빠지지 않고 열심을 냈습니다.
그런데 목회자인 제가 땅이 꺼지게 실망할 일이 그 집에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그 집의 둘째 아들, 공부도 잘하고 키도 크고 잘생기고 공부도 잘 할 뿐만이 아니라 학급의 반장까지 하고 있고 교회에도 잘 나오는 고등학교 1학년 애가 죽고 만 것입니다.
그것도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당숙에게 맞아서 죽었습니다. 당숙이라는 애는 품행이 나빠서 학교에서 퇴학을 맞은 애입니다. 밤에 야간 학습을 하고 있는 애를 불러내어서 건방지다고 그러면서 같이 어울리고 있던 친구들에게 손을 뒤로해서 잡으라고 하고서는 각목으로 때려서 죽인 것입니다. 아침에 건강하게 나갔다가 밤에 시체가 되어 돌아온 것입니다.
온 동네가 술렁거리고 어머니 할머니는 기절을 하고 그 소식을 들은 저도 정말로 죽고 싶은 심정이 되었습니다. 하나님께 항의가 됩니다. “하나님은 어디에 계십니까, 너무나도 안된 사람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이렇게 상처를 주시면 어떻게 합니까? 예수님 의지하고 이제 좀 마음을 잡을려고 하는 사람에게 해도해도 너무하십니다. 이제 예수 믿기는 다 틀렸습니다” 울고 불고 하는 집에 가서 뭐라고 할 말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 애가 신앙생활을 했다고 저에게 장례를 부탁을 합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몰라서 정말로 괴로운 장례를 치렀습니다. 주일 날이 돌아왔습니다. 아마도 9월 마지막 주일인 것 같은데 마음이 심란합니다. 안 믿는 사람들은 그 집에 가서 궂을 해야된다는둥 예수 믿어서 그런다는 둥 말이 많다는 소식을 들은 저로서는 하나님의 처분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예배를 준비하고 있는데 한 집사님이 자루를 하나 가지고 왔습니다. 무엇이냐고 하니 중풍으로 쓰러진, 자기 아들을 비명에 잃고 만 그 성도가 첫 방아를 찧었다고 햅쌀을 목사님 드려야겠다고 지팡이를 짚고 쌀 한 말을 자루에 담아 감당도 못하면서 고생하면서 교회 언덕을 오르는 것을 대신 받아 가지고 왔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받고 얼마나 얼마나 감격을 했는지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가슴이 뭉클해지고 하나님께 감사가 됩니다. 그 부부는 이런 충격적인 일을 당하고도 신앙 생활에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습니다. 이제 겨우 말씀을 들은지 두 달이 조금 지났는데 말입니다.
더욱 놀라운 일은 자기 아들을 죽이고 홍성 교도소에 형을 살고 있는 그 친척에게 사람을 보내어서 용서한다는 말과 함께 성경 찬송을 사서 예수 믿으라고 권면을 한 것입니다. 그랬더니 그 애의 눈이 커지면서 정말로 그랬냐고 믿지 못했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앞장서서 형을 감해 주도록 도장을 찍어 주었습니다. 그리고서는 한없이 한없이 울었답니다. 자신들에게 그렇게 할 수 있게 해주신 하나님을 생각하면서········
저는 그 분들을 보면서 얼마나 자랑스러웠는지 모릅니다. 예수를 몇 십 년 믿는다고 하면서도 인간 관계의 조그만 응어리 하나 풀지 못하고 하나님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렇게 믿으면서부터 말씀 앞에 순종하는 그 태도가 너무나도 귀하고 아름다운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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