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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

매서인이 두고간 성경 한권의 기적

우리 나라에 기독교가 온 것은 100년이 좀 넘었습니다. 지금부터 90년전쯤 이야기입니다. 함경도 골짜기에 한 가난한 전도인이 왔습니다. 함경도 골짜기에는 김생원이라고 한학을 많이한 한 유생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전도하는 사람을 매서인이라고 하였습니다. 책을 팔러 다닌다고 매선인이라고 했습니다. 한 가난한 매서인에게 이 마음씨 착한 유생은 문간방에서 자고 먹을 수 있도록 침식을 제공했습니다. 그 이튿날 매서인은 떠나면서 "김생원님 제가 많은 신세를 졌습니다만 가진 것도 없고 갚을 것이 없으니까 제가 팔려고 가지고 다니는 이 책 한 권을 드리고 가겠습니다. "아이 그기 무시기 책이오? 야소교 책 아이오?" 옛날에는 예수교를 한자어로 야소교라고 하였습니다. "예 맞습니다만..." "아이 필요없다니까." 하고 소리를 지르니까 그만 무안해서 던져 놓고 도망갔습니다. 볼 리가 없지요. 광에다가 쳐 넣었습니다. 쥐가 오줌을 싸고 먼지가 수북히 앉았겠지요. 세월이 흘러도 그 책을 보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집의 아들 재준이라고 하는 소년이 신학문을 공부하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는데, 신학문은 시키지 않고 맨날 서당 공부만 시키니까 참다참다 못해서 그만 가출을 했습니다. 어머니에게 살짝 귀띔을 하고 서울에 가서 신학문을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신학문을 공부하면서 세계의 베스트 셀러 리스트를 보니 항상 1위에 바이블이라고 하는 책이 있었습니다. 이 책이 어떻게 돼 먹은 책인가? 우리 집에 한 권이 있는데 방학 동안에 집에 내려 가서 그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김재준 목사님께서 어떤 자세로 그 책을 읽었다는 표현은 글에 없지만 내가 짐작하건대 처음에는 방바닥에 배를 쭉 깔고 엎드려서 이 책을 어떻게 된 책인가 하는 호기심에서 읽었겠지요. 그러다가 어느 대목에 와서 너무 큰 말씀, 너무 감격스러운 말씀에 자기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무릎을 꿇고 읽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대목에 와서는 너무너무 좋은 말씀에 앉아서도 읽지 못하고 일어서서 춤을 추면서 읽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지 그 책에 빠졌습니다. 그 책을 서울로 가지고 와서 열심히 읽고 책을 믿는다고 하는 교회에 가서 신자가 되었습니다. 신자가 되니까 바로 아버지에게 전도할 마음이 생겼습니다. 아버지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아버님 전상서. 비록 야소교는 아버님이 생각하듯이 그렇게 사교가 아니오라 서양 문명을 일으켰으며, 많은 사람에게 새 생명을 주고 어쩌고 저쩌고...." 많은 유식한 말을 썼을 것입니다. 답장이 왔습니다. 답장을 보니까 첫 마디에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 이놈아! 우리집 망했구나! 네 놈이 환장을 해도 단단히 환장을 했구나." 이 말씀으로 시작해서 편지 끝까지 진노와 분개로 가득찬 꾸중의 편지였습니다.

 

이 분에 넘치는 편지를 김재준 소년은 안고서 "우리 아버지가 나보고 환장했다고 하는 욕보다 더 큰 욕을 해도 싸다. 내가 이 책을 발견하기 전에는 매일 그렇게 짜증스럽고 원망에 가득차서 살았는데 이 책을 발견하고 이렇게 기쁨에 차서 생활하니 내가 환장한 것보다 더 하지." 그러면서 김재준 목사는 "책에다 이 찬송을 들을 때마다 우리 집에 와서 성경 한 권을 놓고 간 그 사람을 생각하게 된다고 그렇게 기록했습니다. 그 찬송은 무엇입니까? <씨를 뿌릴 때 나지 않을까 심히 염려하여 곡할 지라도 나중 예수께서 칭찬하실 때에 기쁨으로 단을 거둘지어다.> 이 찬송을 들을 때마다 지금은 그 이름도 기억할 수 없고 그의 생존도 알 수 없지만 나 어릴 때 함경도 골짜기까지 와서 성경 한 권 놓고 간 그 사람을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