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초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한 어린이가 앞에 나와 무엇인가 열심히 발표하고 있었다.
그 아이 뒤의 칠판에는 ‘뿌리’라는 글씨가 크게 적혀 있었다.
“ 우리는 충청북도 청주가 고향이래요. 또 저는 전주 이씨 47대손이구요! 그리고 우리 증조 할아버지는 조선 시대 때 예조 판서를 지내셨던 분이셨대요. 저희 할아버지는 지금도 청주에서 교장 선생님을 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우리 아버지는 큰 무역회사 과장님이세요. 나는 훌륭한 우리 집안이 자랑스럽습니다.”
지난 밤 아버지에게 들은 집안에 대해 자랑스럽게 발표를 끝낸 그 어린이는 어깨를 으쓱이며 자리에 가서 앉았다. 그리고 계속해서 다른 어린이들이 차례대로 한 명씩 나와 자기 조상들에 대해, 그리고 자기 가족들에 대해 준비해 온 내용을 열심히 발표하였다.
그런데 그것을 한참 지켜보던 선생님 얼굴이 갑자기 굳어졌다.
한 어린이가 발표를 막 끝내고 들어가고, 이어 나오는 어린이를 본 순간 선생님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지금 조용히 걸어 나오는 그 어린이는 고아원에 사는, 부모가 없는 아이였던 것이다.
선생님은 그 아이 마음에 커다란 상처를 주고 말았다는 자책감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러나 그 아이는 선생님의 당황스러워하는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걸어 나왔다.
그리고는 조금도 주저함 없이 단상 앞에 당당히 섰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 아이는 놀랍게도 이렇게 얘기를 시작해 나가는 것이었다.
“우리 아버지는 하나님이에요. 우리 아버지는 많은 자녀를 가지고 계시답니다.
그래서 나에게도 아주 많은 형제들이 있어요. 그리고 우리 아버지는 이 세상의 주인이세요.
사랑도 아주 많구요… .”
똑똑하고 자랑스럽게 발표해 나가는 그 아이를 보는 선생님의 두 눈에는
어느새 감격의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은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도 선교사 윌리엄 캐리에 새겨진 비문 (0) | 2020.07.11 |
---|---|
자신의 안구를 기증한 사형수가 남긴 한 마디의 유언 (0) | 2019.0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