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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문학

한 실업자의 기도

 

아버지!

하늘에서 내려 오셔서 용서 하소서.

지금 일이 없어 놀고 있는 불쌍한 사람들.

무엇을 입을까 무엇을 먹을까

하루종일 생각하는 것은 고작 그것 뿐.

눈이 빠지게 무엇인가 기다리면서

애절하게 당신께 기도하고 간구 하면서

입 속으로는 불평을 웅얼거릴 뿐인 사람들.

살아 계신다면 하늘에서 내려 오소서.

내려 오소서 아버지여.

 

이 좁고 외진 구석에서 저는 굶주려 죽어 갑니다.

왜 태어나야 했는지도 모르는 채

일거리도 없고 가진 것도 없는

부어오른 손을 들여야 보고 있는 나를 내려 오셔서

잠시만이 라도 보아 주소서.

 

걸레쪽 같은 내 신발

텅빈 위장의 이 쓰라림

내 입에 빵조각 하나 던져주는 이 없는 이 살찐 도시.

열병은 내 살을 져미고

잔비를 맞으며 잠들고

추위마저 나를 박해하고 괴롭힙니다.

왜 이 지경인지 나는 도무지 알 수 없사오니

아버지여 내려 오셔서 내 영혼을 어루만져 주소서.

 

내 마음속을 보아 주소서.

나는 도둑놈도 암살자도 아닙니다.

나는 어린아이 같을 뿐

그런데도 그들은 툭하면 나를 두들겨 팹니다.

왜 그러는지 정말 이해할 수 없습니다.

아버지 내려 오소서. 만약 살아 계신다면

 

자포자기해 버릴까 생각도 했지만 그럴 수 없습니다.

부노는 쌓이고 샅여 이제 싸울 준비를 갖춥니다.

목구멍이 피로 가득할 때까지 울부짖습니다.

더 이상 못 참습니다.

나도 감정을 가지고 있는 인간이니까요.

내려 오십시오.

당신이 만드신 나를 위해

무언가 해 주시지 않으시렵니까?

아버지여!

 

 

 

이 시는 아르헨티나의 시인 '후안 겔만'이라는 사람이 쓴 [한 실업자의 기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