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문학

김정준 박사의 시 '내가 죽는 날'

예화지기 2020. 12. 16. 17:40

우리 나라의 구약신학의 대 학자였던 김정준 박사가 있습니다. 이분은 한신대 학장을 지내신 분인데 결핵을 앓아서 폐를 한쪽을 제거하시고 늘 병으로 고통을 당하시며 생을 사신 분이십니다. 그 분의 시 가운데 내가 죽는 날이라는 시가 있어서 소개를 드립니다.

 

 

내가 죽는 날

- 시 . 김정준

 

내가 죽는 날!

그대들은 저 좋은 낙원에 이르리니찬송을 불러주오

또 요한계시록 20장을 끝까지 읽어주오

그리고 나의 묘패에는 이것을 새겨주오

임마누엘단한마디만을!

 

내가 죽는 날은

비가와도 좋다

그것은

내 죽음을 상징하는 슬픈 눈물이 아니라

예수의 보혈로 내 죄를 씻음 받은 감격의 눈물!

 

내가 죽는 날은 

바람이 불어도 좋다

그것은

내 모든 이세상의 시름을 없이하고

하늘나라 올라가는 내 길을 준비함이라

 

내가 죽는 날은

눈이 부시도록 햇빛이 비추어도 좋다

그것은 영광의 주님 품에 안긴

내 얼굴의 광채를 보여 줌이라

 

내가 죽는 시간은

밤이 되어도 좋다

캄캄한 하늘이 내 죽음이라면

저기 빛나는 별의 광채는

새 하늘에 옮겨진 내 눈동자이니라

 

나를 완전히 주님의 것으로 부르시는 날

나는 이날이 오기를 기다리노라

다만 주님의 뜻이면

이 순간에라도 닥쳐오기를!

번개와 같이 닥쳐와 번개와 함께 사라지기를!

 

그 다음은 내게 묻지 말아다오

내가 옮겨진 그 나라에서만

내 소식을 알 수 있을 터이니

내 얼굴을 볼 수 있을 터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