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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아흔 세살 하얀 소녀가 애타게 불렀던 '엄마'

 

문정희 시인이 지은 시 '보고 싶은 사람' 어버이주일에 다시 읊어봅니다.

 

 

 

보고 싶은 사람  

 

아흔 셋, 하얀 노모가
자리에 누운지 사흘째 되던 날
멀고 가까운 친족들이 서둘러 모여들었다

어머니! 이제 마지막으로요…
이 말은 물론 입 밖에 내지 않고
그냥 좀 울먹이는 소리로
어머니! 지금 누가 젤 보고 싶으세요?
저희가 데려올게요

그때 노모의 입술이 잠시
잠에서 깬 누에처럼 꿈틀하더니
“엄마…!”라고 했다

아흔 셋 어린 소녀가
어디로 간지 모르는 엄마를
해지는 골목에서 애타게 찾고 있었다.

 

-시, 문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