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독립 민주국회 제1차 회의를 열게 된 것을 하나님께 감사하는 바입네다…. 먼저 이윤영 의원 나와서 하나님에게 기도를 올려 주시기를 바랍네다.”
1948년 5월 31일 제헌국회 개원식장(옛 중앙청 회의실). 5·10선거에서 선출된 국회의원 198명은 귀를 의심했다. 임시의장에 선출돼 단상에 오른 이승만 박사가 특유의 이북 억양이 섞인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이윤영 의원에게 기도요청을 한 것이었다. 순서에도 없는 즉흥 제안이었다. 요즘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을 감리교 목사 출신 이 의원에게 부탁한 것이었다. 이 의원은 북한에서 목회를 하다 공산당을 피해 남한으로 내려와서 서울 남산감리교회를 세운 목사이다. 그는 서울 종로에 출마해 제헌의원이 됐다.
기도요청에 누구보다 놀란 것은 이 의원이었다. 하지만 그는 기도 부탁을 거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가슴속에 담고 있는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는 마음을 차분하게 고했다.
“이 우주와 만물을 창조하시고 인간의 역사를 섭리하시는 하나님이시여. 이 민족을 돌아보시고 이 땅에 축복하셔서 감사에 넘치는 오늘이 있게 하심을 주님께 저희들은 성심으로 감사하나이다…. 역사의 첫걸음을 걷는 오늘의 우리의 환희와 우리의 감격에 넘치는 이 민족적 기쁨을 다 하나님에게 영광과 감사를 올리나이다. 이 모든 말씀을 주 예수 그리스도 이름 받들어 기도하나이다. 아멘.”
10분 이상 진행됐지만 아무도 눈을 뜨지 않았다. 거룩한 기도가 끝나자 믿지 않는 의원들까지 일제히 기립해 “아멘”으로 화답했다. 당시 기독교인은 전체 인구의 1% 안팎에 불과했지만 건국의 주역이 대부분 기독교인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의원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이 땅의 은혜와 축복을 간구했다. 이 나라의 발전과 남북통일,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이 의원의 뜻과 생각이 들어 있었다
이날 대표기도를 한 이 목사는 평안북도 영변읍교회 부설 숭덕학교에 다니며 기독교신앙을 접했다. 서울황성기독교청년회(YMCA) 학관과 평양숭실사범학교를 졸업한 뒤 교직에 몸담았다. 그러던 중 목회에 뜻을 두고 협성신학교(현 감신대)에 진학했다. 3·1만세운동에 가담, 1년6개월간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그의 부인 이마대도 만삭의 몸으로 만세시위에 가담했다가 체포돼 고문을 당했다. 이때 이윤영·이마대 부부는 ‘애국부부’란 별명을 얻었다.
그는 1935년 평양 남산현교회에 부임했다. 남산현교회는 윌리엄 제임스 홀 미국 선교사가 1893년 설립한 교회다. 이 목사는 1940년 초 한일기독교통합 예비회담에 한국인 7인 대표로 일본에 건너가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기독교통합은 곧 우리나라 교회의 해산을 전제한 것”이라며 저항했다. 다행히 기독교통합은 저지됐다. 그러나 조선총독부의 압력으로 그는 목사파면 처분을 당했다.
광복 후 그는 조만식 등과 함께 조선민주당 창당에 참여해 부당수에 선출됐다. 하지만 공산세력의 위협과 방해로 신변의 위협을 받아 월남해야 했다. 월남 후 목회 현장을 떠나 정치인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초대 대통령에 선출된 이승만 박사가 그를 대한민국 초대 국무총리로 지명, 국회인준을 요청했지만 정치기반이 약해 부결됐다. 이 의원은 무임소장관과 사회부장관 등을 지냈다. 또 신흥대(현 경희대) 학장 등을 역임했다.
이윤영 목사에 대해 기독교대한감리회 본부 행정기획실 역사·전산부장 조병철 목사는 “분단의 아픔과 신앙의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은 그였기에 국회 개원식에서 그런 기도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조 목사는 “여러 의견이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대한민국 국회는 이 의원의 기도로 시작됐다”며 “그는 평생을 교육자요 사회운동가요 목회자로 이 나라가 기독교 정신에 기초한 ‘신앙 입국’을 꿈꾸며 살았다”고 소개했다.
[출처] - 국민일보 https://goo.gl/CGwhJ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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