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평 선교사는 독일 출신의 미국 선교사입니다. 자신의 급한 성격을 다스리기 위해 우리나라 이름을 지을 때 ‘천천히’라는 의미의 ‘서(徐)’와 평평할 평(平)를 성과 이름에 넣었습니다. 천천히 평평하게 선교하겠다는 의지가 보여지는 이름입니다.
그녀는 독일에서 아버지가 호적에 없는 원치 않는 아이로 태어납니다. 더구나 그녀가 3세일 때 어머니는 어린 아기를 조부모에게 맡기고 미국으로 이민 가버립니다. 9세에 할머니를 잃은 후 주소 적힌 쪽지 한 장을 들고 엄마 찾아 미국으로 건너 갑니다.
다행히 가톨릭미션스쿨에서 중고등학교를 마치고 간호전문학교를 졸업합니다. 뉴욕시립병원 실습 중 동료 간호사를 따라 장로교회 예배에 참석하고 기독교로 개종을 합니다. 개종이라고 하지만 카톨릭에서 개신교로 건너 온 셈입니다.
그녀는 전염병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조선이라는 나라에서 간호사를 필요로 한다”는 한국 선교를 지망합니다. 그리고 1912년, 미국 남장로교 해외선교부를 통해 간호선교사로 조선에 파송을 받습니다.
그녀는 32세인 1912년부터 1934년 54세로 소천하기까지 22년 동안 사역합니다. 그야말로 일제강점기 초창기였습니다. 그녀는 한국어를 배우고, 옥양목 저고리와 검정 통치마를 입었으며, 남자 검정 고무신을 신고, 된장국을 좋아했다고 합니다. 온전한 조선인이 되고자 했고, 평생 독신으로 살며 미국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조선에 도착한 그녀는 조랑말을 타고 자주 전국을 순회하며 한센병 환자를 포함해 온갖 질병에 걸린 사람들을 돌보고 다녔으며, 자신의 이름을 갖지 못하고 ‘큰 년’, ‘작은 년’, ‘지리산 댁’ 등으로 불리던 수백 명의 여성에게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그렇게 순회할 때마다 온몸에 들러붙은 이를 잡느라 밤을 지새우는 것이 그녀의 삶이 되었습니다.
그녀는 서서평으로 살며 한국 간호학계의 기틀을 만들기도 했는데, 당시 조선의 보건의료시설은 매우 열악했습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그녀는 광주 제중병원을 중심으로 아픈 사람들을 돌보고 가난한 여인들의 교육에 힘썼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조선의 수양딸 13명과 나환자 아들 1명 등 14명의 아이를 입양해 기르기도 했습니다.
한센인을 돌보고 고아들을 자식 삼아 살던 그녀는 정작 자신은 끼니를 제때 챙겨 먹지 못할 정도로 궁핍했습니다.
한 사람이라도 더 돕기 위해 자신의 생활비마저 쪼개어 썼던 것입니다.
그렇게 22년의 세월을 조선에 헌신했습니다.
그녀는 항상 말했습니다.
“내일 나 먹기 위해 오늘 굶는 사람을 그대로 못 본 척 할 수 없으며
옷장에 옷을 넣어놓고서 당장 추위에 떠는 사람을 모른 척 할 수 없습니다.”
그녀는 일제점령기에 의료혜택을 받지 못했던 광주의 궁핍한 지역을 중심으로
제주와 추자도 등에서 간호선교사로 활동하였는데 미혼모, 고아, 한센인, 노숙인 등 가난하고 병약한 많은 사람을 보살폈습니다.
가진 것을 모두 가난한 이들에게 내어주고 그녀는 54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나게 되었으며, 사인은 영양실조였습니다.
당시 선교사는 생활비로 3원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 중에서 쉐핑이 자신을 위해 쓴 돈이 겨우 10전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나머지는 모두 불우한 조선인을 위해 사용했습니다. 그녀는 병의 원인을 알 수 없었던 시체를 해부해 연구 자료로 삼으라는 유언을 남겼습니다.
그녀의 침대 맡에는 “성공이 아니라 섬김이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고 합니다.
그녀가 죽자 천여 명에 달하는 장례 행렬이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애통해하는 사람들은 ‘어머니’라 부르며 함께 했습니다.
푸른 눈을 가졌지만 수많은 조선 사람들의 어머니로 살다 간 것입니다.
서 선교사님이 이런 훌륭한 삶을 사실수 있었던 이유가 있습니다. 비록 어머니에게 버림을 받았어도 주님을 바라 보았습니다. 어머니로부터 많은 저주의 욕설을 들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때마다 그녀는 보았습니다. 십자가의 주님을…. 성령의 강권하심에 붙들리게 된 것입니다. 그녀가 가는 곳마다 생수의 강이 흘러 나온 것입니다.
'인물과 인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익스피어의 인생 7단계 (0) | 2024.05.11 |
---|---|
[인생 예화] 톨스토이 '나무에서 꿀빨고 있는 사람' (1) | 2023.11.25 |
[인생 예화] 내 이럴 줄 알았다 (0) | 2023.01.05 |
[인간 예화] 자코메티의 '걷는 사람' (0) | 2022.08.02 |
촬스 콜슨에게 복음을 전하고자 애쓴 세 명의 상원의원들 (0) | 2021.05.07 |